
멕시코 여행기 02 — 밴쿠버에서 잠시 멈추고, 마침내 멕시코시티
밴쿠버 국제공항에서의 환승과 메이플리프 라운지, 에어캐나다 비즈니스석을 거쳐 멕시코시티에 도착하기까지. 긴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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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지에서의 멈춤
밴쿠버 국제공항에 내려 비행기 밖으로 나오자, 서늘한 캐나다의 공기가 장거리 비행으로 무거워진 몸을 깨웠다. 하지만 여정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다음 비행기까지 몇 시간의 대기 시간이 남아 있었다.
환승은 단순히 목적지로 가기 위해 거치는 공백의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나의 마음이 서서히 이동하는 유예의 시간이다. 길었던 첫 번째 비행의 피로를 풀어내고, 마침내 도달하게 될 멕시코라는 낯선 땅을 맞이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조율을 다시 해야 할 때였다.
밴쿠버 환승 정보
[인천국제공항 (ICN)] ──> [밴쿠버 국제공항 (YVR)] ── (현재 위치) ──> [멕시코시티 국제공항 (MEX)]
📍 환승지 위치 정보
- 장소: 밴쿠버 국제공항 (Vancouver International Airport, YVR)
- 역할: 환승 공항 (Transit Airport)
- 좌표:
49.193333, -123.175659 - 지도: 밴쿠버 국제공항 지도 보기
메이플리프 라운지에서의 휴식
장시간 좁은 기내에 머문 탓에 몸은 많이 지쳐 있었다. 환승 대기 시간 동안 에어캐나다 메이플리프 라운지로 향했다. 공항의 분주한 소음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라운지 한쪽에 자리를 잡고 가벼운 요깃거리를 챙겨왔다. 신선한 샐러드와 시원한 붉은색 음료로 건조했던 입안을 적셨다. 맛있는 음식을 풍족하게 즐기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지친 체력을 조절하기 위한 가벼운 섭취였다. 라운지 밖 공항의 빠른 흐름과 대비되는 이 차분한 공간에서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도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었는지,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앉으니 긴장이 풀려왔다. 캐나다라는 나라의 흙을 직접 밟지는 못하고 공항 한편의 라운지에 머물러 있을 뿐이지만, 일상과 완전히 차단된 이 비일상의 감각은 여행의 기분을 조금씩 부풀려 주었다.
멕시코시티를 향한 마지막 비행
어느덧 환승 시간이 지나고 멕시코시티행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이 되었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장거리 구간이다.

다행히 이번 비행은 비즈니스 클래스 창가 좌석이어서 개인 공간이 충분히 보장되었다. 자리에 앉아 겉옷을 정리하고 테이블에 태블릿과 웰컴 드링크, 견과류를 올려두었다. 비로소 몸을 편안히 누일 수 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 비행기가 다음에 바퀴를 내릴 곳이 마침내 내가 그렇게 그리던 멕시코라는 사실이 마음속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구름 위에서의 저녁 식사
비행기가 안정을 찾고 순항을 시작하자 어김없이 식사가 나왔다. 이번에는 비행의 방향이 남쪽으로, 멕시코로 향하고 있음을 알려주듯 식탁보가 곱게 깔린 식사가 준비되었다.

메인으로 나온 닭고기 요리와 따뜻한 밥, 신선한 야채 샐러드와 빵,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를 천천히 비워나갔다. 공항을 떠나 상공에서 먹는 두 번째 저녁 식사는 조금 더 차분하고 안락했다.
캐나다의 하늘을 지나며
하늘길은 보이지 않는 지도와 같아서, 창밖을 보면 내가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창문 너머로 구름의 바다가 끝없이 이어졌다.
대양과 국경을 가로지르는 동안 눈앞에 펼쳐진 푸른빛과 구름만이 변함없는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지평선을 따라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 밴쿠버에서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비행 노선은 서서히 대륙의 척추를 따라 남쪽으로 길게 뻗어가고 있었다.
피로와 마주하는 방식
인천에서 출발한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흐르다 보니 아무리 좌석이 편안해도 머리가 무겁고 눈이 피로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피로 관리 음료를 선택했다.

어떤 약품처럼 몸의 피로를 즉시 지워주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건조해진 목을 달래기 위한 가볍고 상쾌한 선택이었다. 차가운 음료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멍했던 머리가 조금은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내에서 만난 클라마토의 호기심
음료 목록을 살펴보던 중 흥미로운 캐나다 전통 음료를 발견했다. '클라마토(Clamato)'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음료였다.

클라마토는 토마토 베이스의 맛에 조개 즙(Clam Broth)과 다양한 향신료를 첨가해 만들어낸 캐나다의 개성 강한 음료다. 캐나다에서는 이 음료를 베이스로 보드카 등을 섞어 해장용 혹은 브런치 칵테일인 '시저(Caesar)'를 즐겨 마신다고 한다. 비행기 안에서 맛본 클라마토는 생소하고 짭조름한 조개의 감칠맛과 토마토의 신맛이 어우러져 꽤 묘한 인상을 남겼다. 과학적으로 숙취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지 문화를 이색적인 맛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한 모금이었다.
이동의 찰나

멕시코시티 도착
드디어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고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바퀴를 내렸다. 비행기 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훅 끼쳐오는 낯선 향기와 스페인어로 가득 찬 표지판들이 비로소 멕시코에 닿았음을 실감 나게 했다.
📍 도착지 위치 정보
- 장소: 멕시코시티 국제공항 (Aeropuerto Internacional Benito Juárez / MEX)
- 역할: 도착 공항 (Arrival Airport)
- 좌표:
19.4363003, -99.0720978 - 지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 지도 보기
장거리 이동의 마침표를 찍으며 여권을 챙겼다. 입국 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공항의 무거운 공기를 뚫고 택시 승차장으로 걸어 나갔다.
택시 창밖으로 본 첫 도시의 조각
공항에서 우릴 태운 공식 택시는 멕시코시티의 도심 속을 부지런히 질주하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밀려드는 풍경은 내가 알던 아시아나 북미의 느낌과는 완전히 다른 층위를 갖고 있었다.

택시 창문 밖으로 우뚝 솟은 동상과 유적을 스쳐 지나갔다. Cuauhtémoc(콰우테목)은 테노치티틀란의 마지막 아즈텍 통치자로 알려져 있다.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길에 그의 이름과 이미지를 마주하면서, 멕시코시티가 가진 역사적 층위를 처음 실감했다. 흘러가는 차창 밖으로 마주한 멕시코시티의 첫 얼굴은 무척이나 낯설고 단단했다.
드디어 짐을 내려놓다
오랜 시간 끝에 비로소 오늘 묵게 될 숙소인 Pandora Hotel에 다다랐다.

객실 안으로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고 들어와 바닥에 내려놓았다. 침대에 가볍게 털썩 주저앉아 주위를 천천히 돌아보는 이 순간이야말로, 긴 여정 속에서 가장 원했던 마침표였을지 모른다. 오늘 하루 쌓인 피로를 씻어내기 위해 가방을 정리했다.
🏠 숙소 상세 정보 (Pandora Hotel)
- 주소: Nápoles 35, Juárez, 06600 Ciudad de México, CDMX, Mexico
- 다른 명칭: Pandora House, Pandora Luxury Suites Reforma by VH
- 확인 링크:
💡 숙소 정보와 요금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예약 페이지에서 최신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익숙함과의 뜻밖의 재회
방에서 대충 짐을 정리하고 필요한 생필품을 사러 호텔 밖으로 나왔다. 멀리 나갈 체력이 없어 호텔 바로 옆 상점으로 들어섰을 때, 예상치 못한 장면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루 종일 한국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숙소 바로 옆에서 다시 한식을 만났다. 진열대 가득 채워져 있는 한국어 포장지와 라면 상자들을 보며 문득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낯선 멕시코시티의 한복판에서 첫날 마주한 한식은, 먼 이동 끝에 쌓인 피로 속에서 작은 안도감과 웃음을 안겨 주었다.
첫날을 보내며
인천에서 캐나다로, 다시 멕시코로 이어지는 24시간이 넘는 이동 끝에 결국 안늑한 내 방에 짐을 풀었다.
목적지에 마침내 도달했다는 깨달음은 거창한 풍경을 마주한 순간보다, 무거운 배낭을 바닥에 턱 하고 내려두고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는 바로 이 소박한 순간에 더 선명하고 고요하게 찾아온다.
내일부터 시작될 진짜 멕시코의 시간들을 기다리며, 길었던 하루의 조각들을 기분 좋은 안도감으로 덮는다.
- 이전 이야기: 멕시코 여행기 01 — 인천에서 밴쿠버까지, 긴 여정의 시작
- 다음 여행기는 곧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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