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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냄비에 담긴 맑은 닭곰탕과 공깃밥, 접시에 따로 나온 닭고기, 김치와 깍두기가 차려진 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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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닭진미 강원집: 1962년부터 끓여 온 닭곰탕, 내가 2015년부터 다니는 이유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골목 안, SINCE 1962 간판을 단 닭곰탕집. 맑은 국물에 손으로 찢은 닭고기, 만 원 한 그릇. 점심엔 줄 서는 게 기본이다.

상록수v1.0버전작성 2026년 10월 6일→ 갱신 2026년 10월 6일

남대문시장 골목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면, 그 줄 끝에는 대개 이 간판이 있다.

SINCE 1962. 닭곰탕.

내가 이 집을 처음 알게 된 건 2015년이다. 그 뒤로 남대문 근처에 일이 생기면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들른다. 유행하는 맛집은 몇 년 사이에 생겼다 사라지지만, 이 집은 60년 넘게 같은 골목에서 같은 국물을 끓이고 있다. 11년째 다니면서 확인한 건 하나다. 이 집 국물은 변하지 않는다.

갈치조림 골목 안쪽, 오렌지색 간판

남대문시장 좁은 골목에 걸린 오렌지색 닭곰탕 간판, SINCE 1962와 닭진미(구 강원집),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갈치조림 간판이 줄지어 걸린 골목, 그 사이에 오렌지색 닭곰탕 간판이 있다.

남대문시장의 좁은 갈치조림 골목으로 들어가면 빨간 갈치 간판들 사이로 오렌지색 간판 하나가 보인다. 큼직하게 닭곰탕, 그 아래 작게 닭진미(舊 강원집). 사람들이 아직도 강원집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간판에 그대로 적혀 있다.

골목은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가야 할 만큼 좁다. 점심 무렵이면 이 골목에 닭곰탕을 기다리는 줄이 생긴다. 처음 오는 사람은 당황하지만, 단골들은 안다. 여기서는 줄 서는 게 기본이다.

격자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식당 안, 손님들이 나란히 앉아 식사하고 있다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가게 안. 테이블은 금방 찬다.

산처럼 쌓인 닭고기

조리대 위에 수북이 쌓인 손으로 찢은 닭고기와 그 앞의 양은 냄비들
조리대 위에 손으로 찢은 닭고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가게 입구 쪽 조리대에는 삶아서 손으로 찢은 닭고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장갑 낀 손이 쉬지 않고 고기를 찢고, 양은 냄비에 담고, 국물을 붓는다. 60년 넘게 이 동작이 반복됐다고 생각하면 한 그릇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날의 한 상

닭곰탕 냄비, 공깃밥, 접시에 담긴 닭고기, 김치와 깍두기, 양념간장과 마늘이 차려진 테이블
국물, 밥, 따로 담긴 닭고기, 그리고 김치와 깍두기. 군더더기 없는 한 상.

상은 단순하다. 양은 냄비에 담긴 국물, 공깃밥, 접시에 따로 나온 닭고기. 반찬은 김치, 깍두기, 파와 고추를 띄운 양념간장, 생마늘과 빨간 양념. 화려한 건 하나도 없는데, 이 단순함이 오히려 믿음직하다.

김치, 깍두기, 생마늘, 양념간장 종지와 공깃밥
김치, 깍두기, 생마늘, 양념간장. 닭곰탕집의 기본 세팅.

첫 숟가락: 맑은데 진하다

송송 썬 대파가 뜬 맑은 닭곰탕 국물이 양은 냄비에 담겨 있다
대파를 송송 띄운 맑은 국물. 첫 숟가락은 꼭 아무것도 넣지 말고.

국물은 뽀얗지 않고 맑다. 대파가 송송 떠 있고, 기름이 과하게 뜨지 않는다. 첫 숟가락은 꼭 아무것도 넣지 말고 그대로 먹어 보자. 맑은데 싱겁지 않고, 진한데 무겁지 않다. 닭을 오래 고아 낸 국물은 이렇게 깔끔한 감칠맛이 끝까지 남는다. 소금과 후추는 그다음에, 입맛에 맞게.

닭고기는 양념간장에, 껍질은 따로 한 점

흰 접시에 담긴 닭다리와 큼직하게 찢은 닭고기
닭다리와 큼직하게 찢은 살코기. 접시에 따로 받으면 양념간장에 찍어 먹기 좋다.

접시에 따로 나온 닭고기는 큼직하다. 닭다리 하나에 결대로 찢은 살코기가 넉넉하게 담겨 있다. 퍽퍽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결이 살아 있고 쫄깃하다. 파와 고추가 들어간 양념간장에 콕 찍어 먹으면 그게 바로 이 집의 정답이다.

젓가락으로 집어 든 닭 껍질 한 점, 뒤로 깍두기 접시가 보인다
젓가락으로 집어 든 닭 껍질. 쫀득한 별미다.

그리고 닭 껍질. 쫀득하고 고소한 이 한 점 때문에 일부러 이 집을 찾는 사람도 있다. 껍질 한 점, 깍두기 한 조각, 국물 한 숟가락. 이 루프가 시작되면 멈추기 어렵다.

마무리는 무조건 밥 말기

닭곰탕 국물에 공깃밥을 말고 후추를 뿌린 모습, 닭다리 뼈가 보인다
밥을 말고 후추를 톡톡. 이 집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반쯤 먹었으면 공깃밥을 국물에 통째로 만다. 후추를 톡톡 뿌리고, 김치 한 조각 얹어서 한 숟가락. 밥알 사이사이로 닭 국물이 스며든다. 이게 내가 11년째 이 골목을 찾아오는 진짜 이유다.

바닥까지 비운 양은 냄비와 빈 반찬 그릇들
결과는 언제나 같다. 바닥까지 비운 냄비.

결과는 매번 같다. 바닥까지 비운 냄비.

메뉴와 가격

벽에 걸린 메뉴판과 영어·일본어·중국어가 함께 적힌 메뉴 사진, 위에는 SBS 방송 출연 액자가 걸려 있다
벽의 메뉴판. 외국어 메뉴 사진도 붙어 있고, 위에는 SBS 방송 출연 액자가 걸려 있다.
메뉴가격
닭곰탕 (대표)10,000원
고기백반12,000원
닭고기11,000원
통(국내산)닭23,000원
소주 · 맥주5,000원
청하6,000원
백세주8,000원
막걸리4,000원

벽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함께 적힌 메뉴 사진이 붙어 있어서 외국인 친구와 가기에도 편하다. 그 위에는 SBS 맛있는 집 멋있는 집 방영 액자가 걸려 있다. 이 집이 얼마나 오래 사랑받았는지 보여 주는 증거다.

웨이팅 팁: 일찍 가는 게 답이다

닭진미 영업시간 안내문, AM 8:00 ~ PM 8:30, 일요일은 쉽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일요일은 쉰다.

이 집에서 점심시간 웨이팅은 기본이다. 12시 전후로 가면 골목에 줄이 서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그래서 내 팁은 단순하다.

  • ⏰ 11시 30분 전에 도착하자. 점심 피크를 피하면 기다림이 확 줄어든다.
  • 🌅 아침 8시에 문을 연다. 아침 해장이나 이른 점심으로 가면 가장 여유롭다.
  • 🗓️ 일요일은 쉰다. 주말 남대문 나들이라면 토요일에 가자.

방문 정보

📍 닭진미(구 강원집) ·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길 22-20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골목)

  • 🚇 가는 길: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에서 남대문시장 쪽으로 도보 5분 안팎. 갈치조림 골목 안쪽에 있다.
  • 🕐 영업시간: 08:00~20:30, 일요일 휴무
  • 💰 가격: 닭곰탕 10,000원, 고기백반 12,000원
  • 💳 결제: 카드 결제 가능
  • ☎️ 전화: 02-753-9063
  • 🗺️ 지도: 구글 지도에서 보기
WELCOME NAMDAEMUN MARKET 현수막이 걸린 남대문시장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닭곰탕 한 그릇 비우고 나오면 남대문시장 구경은 덤이다.

Jayden의 한 줄 평

유행은 지나가도 국물은 남는다. 2015년에도, 2026년에도 같은 맛.

  • 닭곰탕 국물: ★★★★★
  • 닭고기·껍질: ★★★★★
  • 가성비: ★★★★★ (만 원에 이 한 상)
  • 재방문 의사: 11년째 재방문 중. 다음에도 일찍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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